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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나라 남자가 멋있지 않은 이유... 작성일 2008-09-25 03:29:31
 

 

 

옷잘입는남자.

이탈리아 남자들도,
프랑스 남자들도,
심지어 일본 남자들까지도
우리나라 남자들보다 멋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남자들보다 깔끔하고,
프랑스 남자들보다 머리숱 많고,
일본 남자들보다 키 큰 우리나라 남자들이
그들보다 덜 멋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 옷을 못 입기 때문이다.


내 기억속 세계 각국의 옷 잘 입는 남자들


밀라노에서 만난 그 남자,
미켈레는 정말 멋진 청년이었다.
미켈레는 밀라노에서 열린 남성복 컬렉션을 취재하러 갔을 때,
우리 차를 운전해주던 학생으로
보송보송한 솜털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귀여운 청년이었다.
밀라노에 있는 일주일 동안 매일 미켈레를 만났지만
미켈레가 입고 오는 옷들은 다 그렇고 그런,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것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옷들이었다.
오리털도 아닌, 폴리에스테르 솜이 들어 있음이 분명한

싸구려 점퍼, 낡은 리바이스 청바지,
검은색 컨버스 스니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켈레는 어쩜 그리도 스타일리시한지!
나와 동행했던,
패션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유명 스타일리스트조차
그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


분명 미켈레에게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른 남자가 입었다면 별 볼일 없었을
그 옷들을 그렇게 멋있게 소화해내는 그 무언가!


밀라노를 떠나기 전날 밤,
미켈레와의 이별이 아쉬웠던

우리는 비싸기로 유명한 중국집으로 그를 초대했다.
다섯 명의 여자와, 미켈레가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미켈레의 비밀이 밝혀졌다.
그러고 보니 몇 번인가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미켈레가 뭔가를 깨끗이 다 먹어치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핫도그와 콜라로 점심을 때울 때도
미켈레는 핫도그 하나를 다 먹지 않았다.
미켈레의 비밀은 거기에 있었다.


175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서양인으로서는 작은 키의 미켈레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옷을 그토록 멋지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그토록 철저하게 몸매를 관리해온 덕이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몸매 관리에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은 많지만 실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몸매 가꾸기에 관심 있는 극소수의 남자들 중
90퍼센트는 근육 키우기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명심하라.


옷을 벗고 있을 땐 누구보다도 멋진 차인표가
옷을 입으면 멋있지 않은 이유는
모두 그의 울룩불룩한 근육 탓이다.
벗었을 때 멋지고 싶다면
지금처럼 달걀 흰자만 먹으면서 근육을 키우고,
입었을 때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면 살을 빼라.


그리고 멋있어지기 위해
살을 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마라.
여자들이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예순을 훨씬 넘긴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그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하다)가
그의 애인 에디 슬리먼(물론 성은 남성이다)이 디자인한
디올옴므 수트를 입기 위해
30킬로그램 이상 살을 뺐다는 이야기를
그냥 가십거리로 여길 것이 아니다.


라거펠트는 말했다.


30킬로그램의 감량으로 자신은 다시 태어났으며,
남들 앞에 훨씬 자신감 있게 설 수 있게 되었다고.

또한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검정, 흰색, 회색, 감색 외의 옷을 부담스러워한다.
봄이 되어 화사하게 차려입는다 해도
그 색의 범주가 베이지나 하늘색을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넥타이 색깔마저도
노랑이나 초록 등 화사한 색깔은 피하고 싶어한다.
한국 남자들이 좋아하는
미니멀한 옷들은
남들에게 옷차림 때문에 손가락질 받을 확률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여주는 안전한 보험과도 같지만,


그에 비례해 ‘멋지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낮은 것이 사실이다.


옷입기는 투자와 비슷하다.
리스크가 큰 투자일수록 성공했을 때
돌아오는 이익이 큰 것처럼,
위험을 무릅쓸수록 “특이하다” 혹은 “멋지다”는
소리를 들을 확률이 높아진다.


왜 주변 사람들에게서 “옷을 잘입는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볼 생각은 하지 않는가?


명심하라.

은행에 적금만 드는 사람은
평생 안정된 삶을 살 수는 있겠지만 큰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옷 입기도 마찬가지다.
허구한 날, 그렇게 검은색 니트에 검은색 바지만 고집하다간

당신의 옷장은 십년 후에도
그렇게 심심한 옷들로만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번 결정했으면 끝까지 밀어붙여라.
귀가 얇은 사람 역시 부자가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은
멋쟁이가 될 수 없다.
자신이 선택한 옷에 대한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별 볼일 없는 옷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만든다.


가와이,
준이치 일제시대에 저지른 만행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독도 만행에 대해 치를 떨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일본 남자들이 귀엽긴 귀엽다.
지난 가을, 철들고 나서는 처음으로 일본에 갔던 나는
살인적인 물가에 치를 떨었지만
귀여운 일본 남자들만 보면 기분이 다시 좋아지곤 했다.


준이치는 내가 묵었던 호텔 앞에 있는
편의점 계산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었다.
일본에 도착한 날 밤, 출출해진 나는 뭔가 먹을 것을 사기 위해,
그리고 일본의 편의점을 구경하기 위해 호텔방을 나섰는데
준이치는 내가 삼각김밥 고르는 것을
아주 열심히 도와 줬다.
준이치는 요지 야마모토의 재킷과 루이 비통의 백팩을 사기 위해
밤을 지새며 일한다고 했다.
일단 이번 달까지 모은 돈으로는 루이비통 백팩을 사고,
그러고 나서 몇 달을 더 모아
요지 야마모토의 재킷을 살 거라고. 우리 돈으로 기백만원은

족히 넘는 요지 야마모토의 재킷을 사기 위해
준이치는 아마 가을이 다 가고
겨울이 끝나가는 지금도 편의점 계산대 앞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일본 남자들은 옷을 사는 데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건 하나의 기쁨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 남자들만 옷 사는 데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
그렇다고 그 돈을 건설적인 곳에 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니, 그게 또 문제다.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후배들 만나서 술 사주고,
여자들 만나서 술 마신다.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가꾸는 데 들이는 돈을 아까워한다.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 흥청망청 돈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옷을 사는 건 낭비라는 그 무모한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번 칼럼을 쓰기 위해
한국의 옷 잘입는 남자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옷을 잘입을 수 있지요?” 하고 물어보았지만
뭐, 결론적으로 별다른 비결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옷을 잘입기 위해
애쓰는 걸 부끄럽게 여겨요.
매일 밤, 거울 앞에서 어떻게 하면 멋지게 보일까,
연구하는 남자들도 정작 밖에 나올 땐
어제나, 그저께와 똑같은 차림으로 나오죠.
부끄러운 거예요.
내 맘에 드느냐보다는
남들이 날 어떻게 볼까에 대해 더 신경을 쓰니까요.
그러니 옷을 잘입을 수가 없어요.
옷을 입는 능력도 자꾸 연습하다 보면 계발되는 건데,
그걸 안 하려고 하죠”라던


디자이너 한승수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옷을 잘입고 싶다면
일단 옷을 잘입고 싶다는 생각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 것.
그리고 옷을 잘입을 수 있도록 연구할 것.
옷 잘입는 사람들이 어떻게 입는지 잘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연구할 것.
그리고 혼자 연습할 것.
연습을 했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일단은 시도할 것

(리스크가 높으면 수익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그리고 필요할 땐 과감히 투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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